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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할 베짱농담할 베짱 ‘산다는 건 참 고단한 일이지’ - 임재범 ‘살아야지’ 中 줄곧 모범생 비슷하게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살아왔다 공부는 곧잘했고, 반장도 서너번 해봤고 국립대에 특차로 합격도 해봤다 전공은 딱히 적성에 맞지 않았으므로 결론은 자연스럽게 취집(취직+시집)이었다 대학에서 만난 선배와 무난하게 결혼해서 아이도 둘을 낳았으니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마무리 되는 삶인 줄 알았다 이렇게 적당히 외줄타기하면서 ‘나’를 연기하며 사는 게 인생인가? 삶은 이게 다인가? 하며 살았다 시련이나 불행은 남의 것인양 곁에 오면 묻기라도 할 것처럼 깊게 공감하지 못한채 사소한 두려움으로 살았다 그럴 수 있었다. 결혼전에는 부모님께 결혼후에는 남편에게 나의 생사여탈권을 적당히 남겨놓고 내 할 일은 적당히 하며 살았으니까 그 때는 누구나 나를 간섭하게 두었다 그 간섭이 싫을 때는 때론 물러나고, 때론 숨으면서도 얼마든지 간섭하도록 말이다 책임만은 면하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친구의 고민상담 같은, 인생의 고통의 장면을 멀리서 보던 때에 느껴지던 두려움은 남편이 혹은 부모님이나 가족 누군가가 해결해 줄 것만 같았고, 누가 도와줄 것 같은 치사함과 닮아 있었다. 세상은 험하고 ‘넌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일이 더 많다’ 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 덕분에 내가 그렇게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 잘 알고 있어서 일까? 책임을 모두 내게 가져오는 건 너무 고된 일일 것 같아서 최대한 미루고 미뤄왔었다 삶은 공평하게도 그런 나를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막상 내게 닥쳐온 삶의 현장은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한번에 무너질 수가 있어?‘ 였다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왜 내게 이런일이.....라는 문장쯤은 단숨에 떠올랐다 어떤 사건이 누굴 골라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 알 나이이면서도 말이다 마치 내게만 닥친 시련처럼 암흑과 적막속에 혼자 갇힌 것 같은 느낌과 공포를 마주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빡빡하고, 하나도 우습지 않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듯 맥박이 빠르게 뛰는 일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울수도, 누군가에게 고민상담하듯 가볍게 말로 꺼낼 수도 없었다. 식욕이 다 뭐란 말인가 그렇게 잘 먹던 내가 입에 뭘 넣고 싶지가 않았다 수시로 멍해지고 죽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끝도 없이 밀려왔다 덕분에 머리숱은 엉망으로 빠지고 체력이 바닥나서 힘 쓴 것도 없으면서 종일 누워서 끙끙 앓아댔다 내가 웃어도 되는 걸까 라는 자책은 늘 마주했다 죽을것 같은 그 시간들도 결국......... 흘렀다 시간은 감사하게도 애쓰지 않아도 흐른다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던 어느 날, 마음에서 결연하게 떠올랐다 ‘할 수 없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죽지 않고 살거라면 이제부터는 내가 나를 책임지고 살자‘ 오직 내 몫이었다. 누구와 나눌 수도 없고 나눠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함부로 내 짐을 덜어줄 사람을 찾아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너무 고독해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내 짐을 덜어줄 누군가는 없는 일이구나를 완전히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혹여 내 옆에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내 짐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내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거구나를 알게 됐다 그 뒤로 내게 들려오는 말들은 이러했다 “당신이 이 문제를 겪는 최초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마음이 놓일 것이다” - 마이클 싱어 <상처받지 않는 영혼> “ 죽어야 될 고민은 없어” - phj (우리엄마다)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 ” - 임재범 ‘살아야지’ “형도 그랬단다 죽고 싶었지만 견뎌보니 괜찮더라 살아야 갚지 않겠니 ” - 노라조 ‘형’ “난 상관없어 위험해도 그건 내 몫이야” - 옥주현 ‘나는 나만의 것’ " 시간이 남아 있다 나를 가꾸고 소중함을 찾을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 마이클싱어 <상처받지 않는 영혼> "이 순간이 곧 삶이니까" - 영화 <언페이스풀> “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유머humor’ ” -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어차피 삶은 계속된다 life goes on 이 시련이 내게만 있는 것 같은 착각 내 시련이 세상에서 제일 큰 것 같은 착각 삶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단박에 웃게 해줄 수 있는 그 농담 한 문장 찾아 내는 것이 전부다 그 농담을 던지는 베짱 정도만 장착하면 된다 그러니 그렇게 심각할 것 없다 죽으라는 고민은 없다는 엄마 말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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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마음아침 9시 13분. “연아야~ 얼른 신발 신어” 유치원 버스 시간에 맞춰 아파트 정문 앞에 은재 엄마가 은재와 함께 도착해 있다. “언니~요새 다이어트 해?? 얼굴이 조막만 해~” “나 원래 조막만 해~조만간 얼굴 없어진다. 있을 때 잘 봐둬~” 나만 혼자 속으로 베시시 웃는다. 저 언니 농담도 잘한다고 은재 엄마는 속도 모르고 따라 웃는다. 언젠가부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는 혼자 있다. 외롭다는 얘기가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공간에 나 혼자.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의 방. 사람들이 나를 통해서 당신을 느끼는 듯 하고, 달라지는 나를 눈치 채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난 당신이 느껴지고. ‘이뻐진다’, ‘행복해 보여’, ‘즐거워 보인다’ 는 이야기를 이렇게 자꾸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또 혼자 속으로 웃음이 나와.^^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고, 연락이 없어도 연락이 닿아 있는 느낌이 들고.. 맞아. 난 연애 하고 있어. 그것도 남들한테 자랑할 수도 없는 연애 그래서 더 자랑하고 싶은 연애 이런 연애라도 못 하고 있는 네가 더 불쌍해지는 연애 세상이 다 내꺼 같은 느낌이 들게 해 주는 연애 너 말고 세상이 다 하고 있는 연애 그래서 어딜 가서도 초라해 지지 않는 연애 내가 이렇게 멋진 여자였는지를 처음 알게 해주는 연애 그냥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은 건지, 나를 사랑해 주는 당신이 멋있어서 인건지 구분 할 수도, 구분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연애 넌? 넌 어때? 네가 꿈꾸는 연애는 어떤 모양이야? 구릿빛 피부에 울끈 불끈 근육질의 멋진 남좌? 맘만 먹음 언제든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정도 할 수 있는 재력가? 재력 정력 체력을 모두 갖췄지만 나만 바라보는 순정파? 나를 두고 멋진 두 남자가 싸우는 장면? 내가 원하면 언제든 뭐든지 해줄 수 있는 츤데레? 그런 거라면 넌 진짜 연애가 어떤 건지 모를 꺼 같은데~~~? 넌 연애를 하이틴 로맨스 소설로만 본 여고생이거나, 아직은 제대로 연애를 못 해본 스무 살이거나, 연애도 해봤고 결혼도 했지만, 맘 속 진짜 갈증을 해소 해본적은 없는 현실에 안주해 버린 아줌마 이거나~ 나? 나는 현실에 안주해 버린 아줌마‘였’어 적어도 난 멋진 연애를 했고 멋진 남자를 만나서 사랑했고, 사랑받고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어. 내 삶은 완벽하다고 말이지. 이 연애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연애니까 여기서 읽은 모든 건 비밀에 부쳐줘야 해. 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야. 난 그냥 동네 ‘연아 엄마’ ! 502호 멤버^^ 아침에 애들 보내고 나면 슬렁슬렁 얘기하다 걷다 약속하지 않아도 502호로 함께 들어가 그럼 은재 엄마가 커피랑 과일 과자를 줄줄이 꺼내 와 그럼 지난 밤 아이들 혼낸 이야기, 시댁에서 전화 와서 스트레스 받은 이야기, 꼴불견 앞 동 여자 이야기 신랑이 늦게 들어와 싸운 이야기, 가끔 신랑이랑 끝내주는 밤을 보낸 이야기가 나오는 날이면, 그 엄마가 점심을 쏘는 식이지~~^^ 다들 부럽다, 좋겠다, 하늘의 별 따기다, '나도 이제 결혼 말고 연애 하고 싶다' 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시리즈가 이어져. 옆 동네 여자 이혼한 이야기, 이혼 잘하는 방법론, 이혼은 아무나 하냐, 위자료를 안 주는 개망나니 이야기 바람난 앞집 아저씨 이야기, 바람피우고 각자 이혼하고 오자고 약속해 놓고 여자만 이혼하고 남자는 멀쩡히 살고 있는 이야기.... 나? 나는 들으면서 맞장구 쳐주는, 신랑한테 사랑받고, 시댁에서 사랑받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참하고 조신한 연아 엄마. 코스프레 인거지. 내 연기가 또 끝내주거든~^^ 사람들 보기에 나는 엄청 재수 없을 거 같은데, 나를 계속 껴주는 거 보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거 맞는 거겠지? 그런데 나는 저 많은 종류의 이야기에 다 맞장구를 쳐주거든? 그래도 사람들은 눈치 못 채 ‘바람’난 이야기, 남편이랑 ‘섹스’하는 이야기들인데 말야 연아 엄마가 책도 많이 읽고 생각이 많아서 라고만 생각하고 말지~ 내 연기가 너무 완벽한가? 한번 쯤 삑사리 나고 들켜 볼까? 반응들이 어떨까 궁금하네 ^^ 이쯤 되면 내 연애 상대가 궁금해 지겠지?